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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신드롬 아시나요 ?? 자세히 알아볼까요 ??

음식요정 2023. 4. 4.

일본 영화, 일본 드라마, 일본 애니메이션 등에서 묘사되는 프랑스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난 파리에 대한 환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여 겪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피해망상, 환각 등이 있다. 보통 대중매체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에 영향을 받은 유복하게 자란 20~30대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패션, 여행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

프랑스를 찾는 많고 많은 사람들 중 하필 일본인이 주로 거론됐던 이유는 파리 신드롬, 파리 증후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게 일본인 의사였기 때문이다. 당시 1970~80년대에 서방인 외에 프랑스에 방문할 정도로 자유여행이 활성화되고 소득이 높던 곳은 별로 없었다. 거기에 유럽과 북미 등지에 비해 일본은 이제 막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였고, 그런 와중에 프랑스와 관련한 것이라면 마냥 고상하고 낭만적인 이미지만 떠올리다가, 막상 그러한 이상과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치고는 괴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본인들도 있었다.

 

애초에 같은 지역인 유럽은 그런 환상이 거의 없었지만, 일본은 문화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먼 지역이다 보니 그러한 환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특히 파리의 치안과 거리의 청결은 일본인들이 기대한 수준보다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큰 실망감을 주었다고 한다.

 

설명

 

일본의 대중매체를 보다 보면 일본인들의 프랑스에 대한 환상이 드러나는 것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뻔질나게 프랑스 유학을 떠나고, "이 명품 XX은 프랑스에서 비싸게 수입해 온 어쩌고" 하는 식이다. 단순히 이런 정도인 사람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미국 같은 영미권에서도, 심지어 북한 핵심계층 주민들 중에서도 프랑스에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1850~60년대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도 등장인물 캘빈 캔디는 프랑스를 동경하고, 그에게 등장인물 킹 슐츠가 "문화인이라면 다들 프랑스를 동경한다"라고 말한다.

 

확실히 파리는 일반적으로 낭만의 수도로 여겨지는 곳으로 센 강,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 패션과 향수, 아름다운 고전 건축물로 유명하다. 이런 아름답고 고상한 도시 파리를 기대하고 관광을 갔다가 썩은 냄새가 나는 골목, 이곳저곳에 텐트를 치고 사는 노숙자들, 길거리에 널린 개똥과 쓰레기들, 인종차별, 캣 콜링, 성희롱, 성추행 등을 일삼는 양아치들에게 환상이 깨지고, 식당에서는 불친절한 웨이터에게 충격을 받아 파리 신드롬을 겪는다고 한다.

 

이 질환을 겪은 사람 중 "청소를 합시다!"라고 외치며 파리 시내를 질주하다 정신병원으로 입원한 사람도 있고, 어떤 부류는 전자파 공격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으며, 어떤 부류는 자기를 태양왕 루이 14세로 착각했다고 하는 등 여러 증상이 보고되어 있다.

 

이 질환 때문에 주 프랑스 일본 대사관에서 24시간 핫라인을 대기시켰다는 소문도 있지만 이는 거짓이다. 주프랑스 일본 대사관에서는 파리 신드롬과 관련된 어떠한 대응도 하고 있지 않으며 여러 매체에서 잘못 보도되고 있는 내용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해당 신드롬이 한창 불거지던 1980년대 당시 프랑스인들의 외국어 실력은 평균적으로 낮았고, 외국인이 프랑스에 오면 당연히 프랑스어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었다.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도 언급할 정도로 프랑스인들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영어가 안 통하기로 유명하다지만… 21세기 기준으로는 상황이 좀 변해서 프랑스에서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젊은 층이 늘어 영어교육 지출 비용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으며, 레아 세두나 에바 그린, 소피 마르소, 뱅상 카셀 같은 프랑스 영화배우들도 영어를 잘한다. 반대로 자국어 교육 지출 비용은 급격히 하락하여 2000년대 후반에서는 유명 프랑스어 퀴즈 TV 프로그램이 급기야 시청률 저하로 20여 년 만에 폐지되기도 했다. 하나 프랑스인은 대부분 유달리 자국어 자부심이 높으며, 아직도 비(非) 프랑스어권 나라를 가서도 왜 이 동네에서는 자국어가 안 통하는지 이해조차 못 하는 프랑스인들이 많다. 20세기 전까지는 프랑스어를 국제어라고 부를 정도였고, 21세기에서도 프랑스어는 주요 외교 언어 중 하나이다.

 

물론 일본인들이 프랑스에 여행을 가기 전 프랑스어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외국어 공교육은 일반인들의 해외 여행보다는 학술 서적 번역 및 공무 수행을 목적으로 문어체를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 가뜩이나 수다스럽고 말 빠른 데다가 약어와 속어가 난무하는 프랑스인들의 일상 대화를, 일본에서 배운 어설픈 프랑스어 만으로 이해하고 소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에게 막연히 큰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누구든지 현실과 마주치고는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선진국이라 해도 프랑스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 환상 속 동화나라처럼 예의 바르고 세련되며 친절한 귀족들만 있는 나라가 아니다. 심지어 실제로 귀족들의 나라였던 때에서는 위생이나 의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현재와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매우 열악했다. 거리에 오물이 그대로 남아있거나, 2층에서 소변을 뿌리거나, 목욕을 하도 안 해서 향수 산업이 발전했거나, 치과 치료가 엉터리라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던지 등 위생과 의료 면에서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프랑스에게 특별히 환상이 없는 사람이었어도 소매치기, 노숙자, 범죄 등을 겪으며 파리 신드롬이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서양권에서도 사실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프랑스가 속한 지중해-라틴 문화권은 기본적으로 사회, 문화, 여가 생활 자체가 거리와 광장, 카페 같은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도시 자치공동체의 '시민'으로서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는 걸 이상적으로 추구하다보니 실제 생활에서 사람들이 모여 놀다 보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더러움, 무질서엔 오히려 '공공장소는 청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탑재된 동아시아에 비해 무신경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같은 지중해권 남유럽 나라들에선 젊은이들이 따로 술집에 가지 않고 그냥 공원 벤치, 강변, 길거리 한복판에 걸터앉아서 술판 펴고 노는 게 일상적으로 흔한 풍경이고, 사람 사는 곳답게 자기가 어지른 자리는 본인이 깔끔하게 치우는 개념이 탑재된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라 상당히 지저분함에도 주변사람들은 그냥 청소부들이 치우려니 무신경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발자크나 위고의 소설들이 반증하듯이 이런 일상의 지저분함, 공공생활에서 어쩔 수 없는 무질서함은 역사적으로 문화와 창작의 영감이기도 했던지라 이런 성향을 파리 시민, 프랑스나 다른 라틴/남유럽권 국가 사람들은 불편할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해도 크게 문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나름 애착을 가지는 전통 문화이다. 한국과 일본과 같이 일상 도시 생활에서 생기는 '민폐'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고 청결성, 질서 정연함을 중요시하는 동아시아 고도개발국 사람들 중 이런 확연하게 다른 사회문화적 맥락과 전통, 분위기에 대한 이해 없이 피상적으로 서양문화는 고급문화이고, 그 고급진 서양문화의 정점은 파리란 선입견만 가지고 살았던 사람 입장에선 기절초풍하고도 남을 문화충격인 셈이다.

 

사실 한국이나 일본도 깨끗한 거리를 가지게 된것은 역사적으로 따지면 그야말로 최근의 일로, 한국도 1990년대까지는 공중화장실이 지저분하기로 악명이 높았고, 일본도 거리가 유난히 깨끗해지게 된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근현대에 국가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서방을 모범으로 삼았고, 해외여행도 쉽지 않아서 서유럽 국가에 갈 만한 사람들이 대개 부유층이나 엘리트 계층에 불과했기 때문에 날 것 그대로의 프랑스를 접하기 쉽지 않았고, 이 때문에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경제력이 비슷해지고, 해외여행도 늘어나며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접하기 쉬워지면서 환상이 처절하게 깨지는 것이다.

 

본국으로 돌아가 정신치료를 받는 사람들까지 보태면 파리 신드롬을 겪은 사람은 더 많이 집계될 것으로 추정되며, 파리 신드롬 치료 방법은 파리를 떠나서 다시는 방문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파리 신드롬을 예방하려면 파리와 관련한 환상을 버리거나 파리를 직접 가지 않고 간접 체험을 통해 환상을 간직하는 수밖에 없다.

 

이민자, 관광객, 소매치기, 노숙자가 넘쳐나는 파리보다는 안시, 스트라스부르, 엑상프로방스 같은 다른 중소도시들이 그나마 상상 속 프랑스와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셋 다 괜찮은 도시들이긴 하지만 주변 다른 나라 도시들보다는 여전히 치안이 안 좋은 도시들이다. 아비뇽 정도는 되어야 진짜 상상 속 프랑스 답다고 할 수 있겠다. 아니면 차라리 프랑스 국경 넘어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산 세바스티안, 캐나다의 퀘벡이 차라리 일본의 프랑스빠들이 생각하는 그 프랑스 이미지에 훨씬 더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프랑스에서도 좀 이쁘다고 소문난 소도시들도 파리와 마찬가지로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우중충하고 때로는 더러운 분위기다. 또한 프랑스 사람들의 국민성은 자기 집 외관은 잘 꾸며도 도시 전체를 가꾸는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 따지고 보면 요즘 파리는 옛날과 비교해 많이 깨끗해진 편이다. 파리 신드롬의 주역(?)이었던 개똥도 요즘은 잘 안 보인다. 청소부들을 많이 배치했기 때문. 그런데 이제는 동물보호단체가 청소를 방해해서 쥐떼들이 방치된 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유사 사례

 

반대로 프랑스인 등 서양인들 특히 영미권 사람들이 "서양을 앞지르는 최첨단 국가 일본"이라는 환상과 기대를 가지고 일본에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8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사이버펑크, 아시모 등으로 쌓아 올린 최첨단 기술의 메카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서양에서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서양을 뛰어넘는 각종 최첨단 기술을 경험할 줄 알았는데 수기 작성 문화, 도장(도구) 문화, 불편한 카드 결제 등을 겪고 당혹스러워하는 것이다. 일본에 체류 중인 서양인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이런 반응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프랑스는 사회 전반에 일본에 대한 호감이 만연해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실망을 표할 경우 일본인이 프랑스에 실망하는 패턴과 궤가 더욱 유사하다. 다만 영미권과 스위스, 네덜란드 정도를 제외하면 프랑스 등 많은 서양권 국가들이 저런 행정 및 금융 관련 부분들에서 일본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을 건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유튜브와 SNS 등의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일본의 상황이 많이 알려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201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일본 정부의 관광입국 정책 추진과 일본의 역사 혹은 전통에 대해 다룬 일본산 문화콘텐츠의 유행 등으로 인해 일본의 국가 이미지가 첨단 국가에서 전통을 보존한 국가로 변화하기도 해서 1970~1980년대의 파리 신드롬과 같이 정신질환이 발생할 정도로 크게 실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대로 21세기 동아시아인들 사이에서는 독일에 대해 세계 기술강대국의 이미지와 정직하고 근면성실하고 친절하며 시간 약속이 철저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이미지로 강한 환상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동아시아인들이 실제 독일에 가서 실물 문서와 인장 중심의 행정 문화와 기업 문화 그리고 현금 중심의 결제 문화를 경험하고, 독일 공직 사회 및 서비스 업종의 불친절함과 편의주의, 저녁 6시만 되면 칼같이 문 닫는 짧은 상점 영업시간을 경험하며 독일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말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지연이 매우 잦은 데다 인프라 자체도 낙후된 경우가 많은 도이치반 등 독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당혹하고 실망한 경험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2010년대 접어들며 독일의 상황이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동아시아에도 널리 알려지고, 독일의 국가 이미지 또한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나라 혹은 여유가 있는 나라 혹은 유럽 난민 사태와 브렉시트 이후로는 유럽의 사상을 주도하는 선진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파리 신드롬과 같이 정신질환이 발생할 정도로 크게 실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비슷한 이름의 예루살렘 증후군의 경우 예루살렘에 방문한 사람이 종교적 열망 내지는 종교적 음모론을 기반으로 한 일시적 혹은 장기적인 정신 이상 증상을 보이는 경우로, 파리 신드롬을 위시한 실망감을 기반으로 한 증상과는 여러모로 결이 다르다. 파리 신드롬이 주로 일본인들이 겪는 반면 이 증후군은 대개 기독교인이나 무슬림처럼 예루살렘을 성지로 두는 아브라함 계통 종교인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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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일본 드라마, 일본 애니메이션 등에서 묘사되는 프랑스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난 파리에 대한 환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여 겪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피해망상, 환각 등이 있다. 보통 대중매체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에 영향을 받은 유복하게 자란 20~30대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패션, 여행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

프랑스를 찾는 많고 많은 사람들 중 하필 일본인이 주로 거론됐던 이유는 파리 신드롬, 파리 증후군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게 일본인 의사였기 때문이다. 당시 1970~80년대에 서방인 외에 프랑스에 방문할 정도로 자유여행이 활성화되고 소득이 높던 곳은 별로 없었다. 거기에 유럽과 북미 등지에 비해 일본은 이제 막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였고, 그런 와중에 프랑스와 관련한 것이라면 마냥 고상하고 낭만적인 이미지만 떠올리다가, 막상 그러한 이상과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치고는 괴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본인들도 있었다.

 

애초에 같은 지역인 유럽은 그런 환상이 거의 없었지만, 일본은 문화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먼 지역이다 보니 그러한 환상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특히 파리의 치안과 거리의 청결은 일본인들이 기대한 수준보다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큰 실망감을 주었다고 한다.

 

설명

 

일본의 대중매체를 보다 보면 일본인들의 프랑스에 대한 환상이 드러나는 것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뻔질나게 프랑스 유학을 떠나고, "이 명품 XX은 프랑스에서 비싸게 수입해 온 어쩌고" 하는 식이다. 단순히 이런 정도인 사람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미국 같은 영미권에서도, 심지어 북한 핵심계층 주민들 중에서도 프랑스에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1850~60년대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도 등장인물 캘빈 캔디는 프랑스를 동경하고, 그에게 등장인물 킹 슐츠가 "문화인이라면 다들 프랑스를 동경한다"라고 말한다.

 

확실히 파리는 일반적으로 낭만의 수도로 여겨지는 곳으로 센 강,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 패션과 향수, 아름다운 고전 건축물로 유명하다. 이런 아름답고 고상한 도시 파리를 기대하고 관광을 갔다가 썩은 냄새가 나는 골목, 이곳저곳에 텐트를 치고 사는 노숙자들, 길거리에 널린 개똥과 쓰레기들, 인종차별, 캣 콜링, 성희롱, 성추행 등을 일삼는 양아치들에게 환상이 깨지고, 식당에서는 불친절한 웨이터에게 충격을 받아 파리 신드롬을 겪는다고 한다.

 

이 질환을 겪은 사람 중 "청소를 합시다!"라고 외치며 파리 시내를 질주하다 정신병원으로 입원한 사람도 있고, 어떤 부류는 전자파 공격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으며, 어떤 부류는 자기를 태양왕 루이 14세로 착각했다고 하는 등 여러 증상이 보고되어 있다.

 

이 질환 때문에 주 프랑스 일본 대사관에서 24시간 핫라인을 대기시켰다는 소문도 있지만 이는 거짓이다. 주프랑스 일본 대사관에서는 파리 신드롬과 관련된 어떠한 대응도 하고 있지 않으며 여러 매체에서 잘못 보도되고 있는 내용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해당 신드롬이 한창 불거지던 1980년대 당시 프랑스인들의 외국어 실력은 평균적으로 낮았고, 외국인이 프랑스에 오면 당연히 프랑스어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었다.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도 언급할 정도로 프랑스인들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영어가 안 통하기로 유명하다지만… 21세기 기준으로는 상황이 좀 변해서 프랑스에서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젊은 층이 늘어 영어교육 지출 비용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으며, 레아 세두나 에바 그린, 소피 마르소, 뱅상 카셀 같은 프랑스 영화배우들도 영어를 잘한다. 반대로 자국어 교육 지출 비용은 급격히 하락하여 2000년대 후반에서는 유명 프랑스어 퀴즈 TV 프로그램이 급기야 시청률 저하로 20여 년 만에 폐지되기도 했다. 하나 프랑스인은 대부분 유달리 자국어 자부심이 높으며, 아직도 비(非) 프랑스어권 나라를 가서도 왜 이 동네에서는 자국어가 안 통하는지 이해조차 못 하는 프랑스인들이 많다. 20세기 전까지는 프랑스어를 국제어라고 부를 정도였고, 21세기에서도 프랑스어는 주요 외교 언어 중 하나이다.

 

물론 일본인들이 프랑스에 여행을 가기 전 프랑스어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외국어 공교육은 일반인들의 해외 여행보다는 학술 서적 번역 및 공무 수행을 목적으로 문어체를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 가뜩이나 수다스럽고 말 빠른 데다가 약어와 속어가 난무하는 프랑스인들의 일상 대화를, 일본에서 배운 어설픈 프랑스어 만으로 이해하고 소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에게 막연히 큰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누구든지 현실과 마주치고는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선진국이라 해도 프랑스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 환상 속 동화나라처럼 예의 바르고 세련되며 친절한 귀족들만 있는 나라가 아니다. 심지어 실제로 귀족들의 나라였던 때에서는 위생이나 의료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현재와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매우 열악했다. 거리에 오물이 그대로 남아있거나, 2층에서 소변을 뿌리거나, 목욕을 하도 안 해서 향수 산업이 발전했거나, 치과 치료가 엉터리라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던지 등 위생과 의료 면에서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프랑스에게 특별히 환상이 없는 사람이었어도 소매치기, 노숙자, 범죄 등을 겪으며 파리 신드롬이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서양권에서도 사실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프랑스가 속한 지중해-라틴 문화권은 기본적으로 사회, 문화, 여가 생활 자체가 거리와 광장, 카페 같은 공공장소에서 벌어지는 도시 자치공동체의 '시민'으로서 서로 활발하게 교류하는 걸 이상적으로 추구하다보니 실제 생활에서 사람들이 모여 놀다 보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더러움, 무질서엔 오히려 '공공장소는 청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탑재된 동아시아에 비해 무신경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같은 지중해권 남유럽 나라들에선 젊은이들이 따로 술집에 가지 않고 그냥 공원 벤치, 강변, 길거리 한복판에 걸터앉아서 술판 펴고 노는 게 일상적으로 흔한 풍경이고, 사람 사는 곳답게 자기가 어지른 자리는 본인이 깔끔하게 치우는 개념이 탑재된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라 상당히 지저분함에도 주변사람들은 그냥 청소부들이 치우려니 무신경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발자크나 위고의 소설들이 반증하듯이 이런 일상의 지저분함, 공공생활에서 어쩔 수 없는 무질서함은 역사적으로 문화와 창작의 영감이기도 했던지라 이런 성향을 파리 시민, 프랑스나 다른 라틴/남유럽권 국가 사람들은 불편할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해도 크게 문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나름 애착을 가지는 전통 문화이다. 한국과 일본과 같이 일상 도시 생활에서 생기는 '민폐'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고 청결성, 질서 정연함을 중요시하는 동아시아 고도개발국 사람들 중 이런 확연하게 다른 사회문화적 맥락과 전통, 분위기에 대한 이해 없이 피상적으로 서양문화는 고급문화이고, 그 고급진 서양문화의 정점은 파리란 선입견만 가지고 살았던 사람 입장에선 기절초풍하고도 남을 문화충격인 셈이다.

 

사실 한국이나 일본도 깨끗한 거리를 가지게 된것은 역사적으로 따지면 그야말로 최근의 일로, 한국도 1990년대까지는 공중화장실이 지저분하기로 악명이 높았고, 일본도 거리가 유난히 깨끗해지게 된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근현대에 국가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서방을 모범으로 삼았고, 해외여행도 쉽지 않아서 서유럽 국가에 갈 만한 사람들이 대개 부유층이나 엘리트 계층에 불과했기 때문에 날 것 그대로의 프랑스를 접하기 쉽지 않았고, 이 때문에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경제력이 비슷해지고, 해외여행도 늘어나며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접하기 쉬워지면서 환상이 처절하게 깨지는 것이다.

 

본국으로 돌아가 정신치료를 받는 사람들까지 보태면 파리 신드롬을 겪은 사람은 더 많이 집계될 것으로 추정되며, 파리 신드롬 치료 방법은 파리를 떠나서 다시는 방문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파리 신드롬을 예방하려면 파리와 관련한 환상을 버리거나 파리를 직접 가지 않고 간접 체험을 통해 환상을 간직하는 수밖에 없다.

 

이민자, 관광객, 소매치기, 노숙자가 넘쳐나는 파리보다는 안시, 스트라스부르, 엑상프로방스 같은 다른 중소도시들이 그나마 상상 속 프랑스와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셋 다 괜찮은 도시들이긴 하지만 주변 다른 나라 도시들보다는 여전히 치안이 안 좋은 도시들이다. 아비뇽 정도는 되어야 진짜 상상 속 프랑스 답다고 할 수 있겠다. 아니면 차라리 프랑스 국경 넘어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산 세바스티안, 캐나다의 퀘벡이 차라리 일본의 프랑스빠들이 생각하는 그 프랑스 이미지에 훨씬 더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프랑스에서도 좀 이쁘다고 소문난 소도시들도 파리와 마찬가지로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우중충하고 때로는 더러운 분위기다. 또한 프랑스 사람들의 국민성은 자기 집 외관은 잘 꾸며도 도시 전체를 가꾸는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 따지고 보면 요즘 파리는 옛날과 비교해 많이 깨끗해진 편이다. 파리 신드롬의 주역(?)이었던 개똥도 요즘은 잘 안 보인다. 청소부들을 많이 배치했기 때문. 그런데 이제는 동물보호단체가 청소를 방해해서 쥐떼들이 방치된 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유사 사례

 

반대로 프랑스인 등 서양인들 특히 영미권 사람들이 "서양을 앞지르는 최첨단 국가 일본"이라는 환상과 기대를 가지고 일본에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8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사이버펑크, 아시모 등으로 쌓아 올린 최첨단 기술의 메카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서양에서는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서양을 뛰어넘는 각종 최첨단 기술을 경험할 줄 알았는데 수기 작성 문화, 도장(도구) 문화, 불편한 카드 결제 등을 겪고 당혹스러워하는 것이다. 일본에 체류 중인 서양인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이런 반응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프랑스는 사회 전반에 일본에 대한 호감이 만연해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실망을 표할 경우 일본인이 프랑스에 실망하는 패턴과 궤가 더욱 유사하다. 다만 영미권과 스위스, 네덜란드 정도를 제외하면 프랑스 등 많은 서양권 국가들이 저런 행정 및 금융 관련 부분들에서 일본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을 건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유튜브와 SNS 등의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일본의 상황이 많이 알려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201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일본 정부의 관광입국 정책 추진과 일본의 역사 혹은 전통에 대해 다룬 일본산 문화콘텐츠의 유행 등으로 인해 일본의 국가 이미지가 첨단 국가에서 전통을 보존한 국가로 변화하기도 해서 1970~1980년대의 파리 신드롬과 같이 정신질환이 발생할 정도로 크게 실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대로 21세기 동아시아인들 사이에서는 독일에 대해 세계 기술강대국의 이미지와 정직하고 근면성실하고 친절하며 시간 약속이 철저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이미지로 강한 환상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동아시아인들이 실제 독일에 가서 실물 문서와 인장 중심의 행정 문화와 기업 문화 그리고 현금 중심의 결제 문화를 경험하고, 독일 공직 사회 및 서비스 업종의 불친절함과 편의주의, 저녁 6시만 되면 칼같이 문 닫는 짧은 상점 영업시간을 경험하며 독일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말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지연이 매우 잦은 데다 인프라 자체도 낙후된 경우가 많은 도이치반 등 독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당혹하고 실망한 경험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2010년대 접어들며 독일의 상황이 인터넷 매체들을 통해 동아시아에도 널리 알려지고, 독일의 국가 이미지 또한 전통과 문화를 간직한 나라 혹은 여유가 있는 나라 혹은 유럽 난민 사태와 브렉시트 이후로는 유럽의 사상을 주도하는 선진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파리 신드롬과 같이 정신질환이 발생할 정도로 크게 실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비슷한 이름의 예루살렘 증후군의 경우 예루살렘에 방문한 사람이 종교적 열망 내지는 종교적 음모론을 기반으로 한 일시적 혹은 장기적인 정신 이상 증상을 보이는 경우로, 파리 신드롬을 위시한 실망감을 기반으로 한 증상과는 여러모로 결이 다르다. 파리 신드롬이 주로 일본인들이 겪는 반면 이 증후군은 대개 기독교인이나 무슬림처럼 예루살렘을 성지로 두는 아브라함 계통 종교인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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